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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기차에서 우연히 만난 두 남녀 주인공이 서로 많은 대화를 통해 교감하고 즉흥적인 감정으로 목적지에 도달하기 전, 그리고 해가 뜨기 전까지 비엔나에서 꿈같은 하루를 보냅니다. 벅차오르는 서로를 향한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묘한 기류 속에 헤어짐의 순간을 향해 달려가는 이야기입니다.



2. 이 영화의 매력



주인공인 두 남녀는 각자의 사정으로 기차에 오릅니다. 기차에서 우연히 대화를 시작하게 되고, 그 대사 하나하나가 진솔하고 신선해서 롱테이크로 촬영된 한 컷마다 대사에 집중하며 영화에 빠져들게 됩니다. 영화를 보다 보면 이 긴 대사를 배우들은 어떻게 외워서 하는지 궁금할 정도로 장면이 롱테이크로 가게 되는데요, 두 사람의 연기가 자연스러워서 대사가 아니라 둘 다 실제로 생각나는 대로 말하는 듯 보입니다. 헤어지는 순간을 향해 가고 있지만 두 사람은 점점 더 가까워지고 애틋한 마음이 너무 커져서 손가락 하나, 시선 등으로 마음이 새어 나올 수밖에 없어집니다. 선정적이거나 자극적인 방식이 아닌 절제된 방식 속에서 숨길 수 없는 감정을 보고 있으면 관객 또한 설레는 마음이 들게 됩니다. 

한편, 두 사람의 동선에 따라 보이는 비엔나의 풍경 또한 영화의 분위기를 매력적으로 이끌어 갑니다. 낭만적인 거리 풍경과 따뜻한 주변 인물들을 통해 비엔나라는 도시에 가고 싶어지도록 만듭니다. 영화를 보고 나면 기억에 남는 장소들에 실제로 가서 감정의 흔적을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이전에도 오스트리아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본 후로 정말 가보고 싶은 나라라고 생각했었는데 비포 선셋 역시 영화를 볼 때마다 당장이라도 비행기 티켓을 구매하고 싶게 만듭니다. 

 


3. '비포 선라이즈' 감상평

 


얼마 전 친구들과 수제버거 식당에 가서 식사했습니다. 친구 중 한 명이 감자튀김과 바닐라 셰이크를 함께 먹어보고 싶다며 바닐라 셰이크를 주문했습니다. 슬쩍 뺏어 먹어보며 저도 감자튀김을 바닐라 쉐이크와 함께 먹어 보았습니다. 이것을 맛보며 친구들에게 비포 선셋을 소개했었습니다.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가 강가를 걷는 중 만난 방랑 시인으로부터 받은 시에 나온 밀크셰이크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두 주인공에게 다가간 방랑 시인은 키워드를 주면 그 키워드를 활용하여 시를 지어준다고 했습니다. 일부러 짓궂은 의도를 갖고 밀크셰이크를 넣었던 두 주인공. 하지만 시의 내용은 감동이었습니다.

 


허망한 꿈

리무진과 속눈썹

귀여운 얼굴에서 와인잔에 흘리는 눈물

저 눈을 보라

그대는 어떤 의미인가

달콤한 케이크와 밀크쉐이크

난 꿈속의 천사

난 환상의 축제

내 생각을 맞춰봐요

추측은 말아요

고향을 모르듯

목적지를 알지 못해요

삶에 머물며

강물에 떠가는 나뭇가지처럼

흘러가다 현재에 걸린 우리

그대는 나를, 난 그대를 이끄네

그것이 인생

그댄 날 모르는가?

아직 날 모르는가?

두사람은 시의 내용처럼 목적지를 알지 못한 채, 그리고 서로를 이끌며 헤어지는 순간을 향해 갑니다. 모든 인간은 죽음을 향해 가고 있지만 죽음을 염두하고 살아가지 않는 것처럼 두 사람도 헤어짐을 염두하고 슬프게 시간을 보내지 않고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관객을 참 설레게 합니다. 이대로 두 사람이 해피엔딩이 아니어도 좋을 만큼 행복한 하루를 보냅니다.

한편으로는 영화를 보는 내내 두 주인공이 부럽기도 합니다. 애틋한 마음을 가진 상대를 우연히 만나 저렇게 원 없이 긴 대화를 이어 나갈 수 있을 확률이 매우 적기 때문입니다. 두 주인공이 취향이나 성향이 비슷하지는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각자의 소신을 펼치고 대화를 이어갈 때 묘하게 대화가 잘 이어지고 대화의 결이 점점 맞아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헛되이 시간을 보내지 않고 서로를 알아가는 긴 대화가 참 좋습니다. 바쁘게 살아가는 사회에서 상대방과 긴 대화를 한 지 얼마나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두 주인공을 따라가며 함께 여유 있는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들어 좋은 영화입니다. 누군가의 관람평에 가랑비에 옷이 젖는듯한 영화라고 한 것을 본 적 있습니다. 정말 은은하지만 짙은 영화입니다.

설레고 싶고, 천천히 여유를 갖고 싶은 날, 저는 이 영화를 보곤 합니다. 대사가 워낙 많다 보니 볼 때마다 새롭게 다가오는 대사들이 있어 대사를 꼼꼼히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낭만을 느끼고 싶은 날, 이 영화는 언제 꺼내도 좋은 싱그러운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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